《더 페이버릿》(The Favourite, 2018)은 18세기 영국 궁정을 배경으로 세 명의 여성 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력, 욕망, 질투, 애정의 역학을 신선하면서도 도발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권력과 감정이 얽힌 궁정의 삼각구도
영화는 실제 영국 앤 여왕의 재위 시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병약하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앤 여왕, 그녀의 절친이자 정치적 실권자 사라, 새로 궁에 들어온 몰락한 귀족 출신 애비게일. 이 세 여성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조종하고, 상처를 주는 인물들입니다.
정치적 목적과 감정적 욕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누구도 완전한 선이나 악이 아니기에 관객은 그들의 선택과 감정에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인상 깊은 장면: 침묵과 권력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가장 강렬한 장면은 단연코 후반부, 앤 여왕이 애비게일을 침실에서 무릎 꿇게 하고 머리를 누르는 장면입니다.
그 장면에서 애비게일은 여왕에게 ‘완전히 소유된 존재’로 전락했음을 직감합니다. 자신이 원하던 권력의 자리에 올라선 순간, 그 자리가 얼마나 고립되고 무서운 곳인지를 깨닫는 것이죠.
이 장면은 단순한 권력의 교체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허무와 권력의 허상을 드러낸 강렬한 클라이맥스입니다.
감정선 리뷰: 말보다 시선, 웃음 뒤의 고독
《더 페이버릿》은 장르적으로는 블랙 코미디에 가깝지만, 그 밑바닥엔 고독과 인간 관계의 비틀림이 깔려 있습니다.
앤 여왕은 자신이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 믿으며 사라와 애비게일 모두에게 감정적으로 의존합니다.
이 감정선은 관객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작용하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욕망과 두려움을 상기시킵니다.
결론: 현대를 비추는 고전의 얼굴
《더 페이버릿》은 권력과 감정, 애정과 조작의 경계를 오가며 사람이 사람을 필요로 하고 동시에 소비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강한 자가 아닌, 필요로 하는 자가 약해진다.” 이 메시지는 관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영화를 다 본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깁니다.